평범한 하루

Posted 2009/02/24 00:12, Filed under : Junk diary
어디서부터 글을 시작 해야할 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오면 바로 침대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려했었지만, 술 한잔에 많아진 생각과 깊어진 감정의 끈을 놓치지 않기위해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컴퓨터 앞에 앉았다.


#1.
수술방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던 하루였지만 기나긴 하루였다. 가벼운 탈장 환자부터 오늘의 하루를 장식한 위암 환자까지. 깔끔하게 끝날 수술 같아도 얘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한 술수 출혈에 재개복까지. 내가 하는 것이라곤 대단치 않은 시술이지만 나의 손길 하나하나가 큰 사고를 야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물론, 결론적으로 내 실수는 아니었지만 그 생각은 쉬이 떨쳐버려지지 않는다. 가볍게 살고 싶은 나의 삶에 대한 욕구에 비해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할 길은 너무 무겁고 힘든 길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
10시 30분 퇴근.
당직치고는 일찍 끝난편이다. 다만, 오전 8시부터 수술방에 쳐박혔던 나의 일정을 생각하면 실습 내내 모든 날을 비교해봐도 꽤나 힘든 하루였다. 11시가 되어서야 집 근처에 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 반쯤 풀어헤친 넥타이, 피곤에 쪄들어 퀭한 눈을 하고
순대국 하나에 소주 한병을 주문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불과 몇년전 내가 떠올리던 한심해보이던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생각이 머리에 미치자 웃음이 났다. 혼자 술을 청하는 청승이라면 차라리 보기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늦은 시각의 혼자서 하는 저녁식사에 반주라니.... 스스로가 처량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나이 먹어가나 보다라는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메워왔다. 술을 한잔 두잔 넘겨가며 딱 지금의 기분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3.
벌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10분 전의 일인데, 그 수많은 이미지로서만 남은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옮겨 적어야할지 모르겠다. 글 쓰는 방법을 잊은 것인지, 애초에 글을 쓸 재주따윈 내게 없었던 것인지, 이미지는 뱅뱅 나의 머리를 떠돌기만 할 뿐 단 한자도 옮겨적지 못하고 있다. 옮겨 적어볼라 치려해도 두서없고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할 글들만 나열할 뿐이기에 자꾸 손가락은 백스페이스위에 올라가있다. 이러고 있는 사이 시계는 12시를 넘어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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